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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창업하는 시대, 왜 이 논문을 썼나
"교수님이 직접 대표로 계신 거예요?"
창업지원단에서 3년을 일하면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익숙한 사람들도 대학 교수가 직접 법인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종종 놀랐습니다. 그 놀라움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면 강의는요? 연구는요?"
저도 처음에는 그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창업교원들과 가까이 일하면서 그들이 뭔가 매우 특별한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긴장의 이름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이 논문을 쓰게 된 출발점입니다.
교원창업, 얼마나 늘었나
2010년대 이후 대학의 기술 사업화 압력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산학협력법 개정, 바이돌 정책 흐름, 그리고 정부의 대학창업 활성화 계획이 맞물리면서 교원이 직접 창업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교원창업 기업 수는 2016년 195개에서 2020년 333개로 불과 4년 만에 70.8% 늘었습니다.
숫자는 커졌지만, 정작 그 숫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습니다. 창업 성과, 기술 이전율, 정책 효과 분석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업과 교수직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가 던진 질문
저는 이공계 창업교원이 두 역할 사이에서 어떤 갈등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감당해내는지를 A대학 사례연구 방식으로 탐구했습니다. 6명의 이공계 창업교원과 깊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이야기들을 역할갈등 이론의 틀로 분석했습니다.
역할갈등(role conflict)은 단순히 '바쁘다'는 것과 다릅니다. 역할이란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기대되는 행동 양식입니다. 그 기대가 충돌할 때, 개인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한쪽에 손해를 입히게 됩니다. 이것이 역할갈등의 핵심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연구의 결과물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풀어 쓴 것입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교수님, 교원창업 정책을 다루는 분, 그리고 대학 안팎에서 '교수'라는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 모두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랍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것
앞으로 열 편에 걸쳐 다음 순서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교수 역할의 변화와 창업교원의 등장(23편), 네 가지 역할갈등의 실체(47편), 갈등을 버텨낸 전략과 정체성의 변화(8~9편), 그리고 대학·정부에 대한 제언(10편)입니다. 실제 인터뷰 인용을 곳곳에 담았으며, 익명 처리한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교원창업은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나요?
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원은 학교 허가를 받아 창업 법인을 설립하거나 겸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학마다 세부 규정이 다르므로, 창업 전에 산학협력단의 겸직 허가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논문을 왜 창업교원 '역할갈등'에 초점을 맞췄나요?
창업 성과(특허·매출)나 정책 효과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창업교원이 실제로 어떤 내면 갈등을 경험하는지를 들여다본 연구는 드물었습니다. 창업지원단 현장에서 교수님들의 고충을 가까이서 보면서, 제도 개선의 출발점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이 질문을 선택했습니다.
마치며
신대륙을 탐험한다는 건 지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창업교원들은 교수직도, 창업가 역할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경계선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 경계의 결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제도와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 편 예고: **2편 «교수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 전통적 역할의 확장»**은 2026-05-08에 발행됩니다.